그 어느 곳보다 밝고 따뜻한 취선당이었으나 지금은 어둡고 냉랭하기만 하다.
오늘 낮, 옥정에게 사약을 내린다는 교지가 전해졌고 옥정은 그 누구와의
만남도 일절 금해졌다.
밖에선 어머니의 흐느끼던 울음소리는 점점 대성통곡으로 바뀌어 옥정의
가슴을 후벼 팠고 오라버니의 악에 받친 외침만이 취선당을 뒤덮었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지금, 취선당에 남은 이는 옥정을 감시하기 위해 배치된
병사들 뿐, 옥정의 곁에 있던 상궁들과 나인들은 모두 옥에 갇혀있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진지 오래이다.
옥정은 그렇게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 때, 밖에서 수많은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아마 순일 것이다.
하지만 취선당에 그의 방문을 알릴 이는 남아있지 않았다.
발자국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곧 방문이 열렸다.
담담한 얼굴이다. 소름끼치도록 멀쩡한 얼굴이다.
“신첩... 서운하려 합니다. 전하께선 너무나도 담담하신 듯 합니다.”
“어찌 왔는지 묻지 않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