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무심코 노래를 듣다가 목소리가 너무 좋은나머지 푹 빠져서 하루종일 반복재생하는 가수가 있다.
"볼빨간 사춘기" 라는 소녀 듀오 밴드인데
목소리가 참 귀엽고 가사랑 곡이 톡톡 튀고 재밌다.
상큼한 밴드명과 장난끼가득한 가사에 끌려 나도몰래 웃음을 머금고 내 사춘기를 생각해본다.
난 사춘기때 뭘 했었지?
그러고보니 딱히 이렇다할만한 기억이 없다.
끽 해봐야 외박한거 정도?
가슴아프도록 짝사랑을 했다거나 이유없는 반항 이런것도 특별히 없었고
소설이나 드라마 비운의 주인공에 빙의하여 슬픔에 잠겨본 기억도 없다.
친척집, 기숙사, 하숙집을 전전하며 지내다보니
사춘기의 방황이나 고민따위는
유복한 집에서 나서 자란 애들의 투정쯤으로 간주하고 그러한 사치에서 일찌감치 멀어진게 아닐가싶다.
시간을 거슬러 기억을 하나씩 더듬어가보자.
해변을 거닐며 조가비를 줍듯이,
까마득한 내 십대의 기억들을 하나씩 집어
유심히 살피고 간직할만한게 있나 가늠해본다.
웃음을 짓게 만드는 기억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워 참을수 없는 사건들,
화나거나 아쉬웠거나 마음아팠던 일들.....
어찌보면 버티다싶이 지내온 십대였지만
나름대로 두고두고 기억할만한것들이 있는것 같다.
간만에 사춘기 소녀들의 노래에 이끌려 감상에 젖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