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구태여 수식어를 보태지 않아도 좋다. 이름 석자만으로 연기력을 증명하며, 출연 그 자체만으로 시청할 이유를 준다. 케이블채널 tvN ‘시그널’의 조진웅, ‘기억’ 이성민, KBS 2TV ‘동네변호사 조들호’ 박신양이 그 주인공이다. 좀 더 자세히 보자면 작품보다 그들의 연기력에 대한 기대가 더 큰 경우다.
조진웅은 3월 종영한 ‘시그널’을 통해 강력계 형사 이재한을 연기했다. 억울한 피해자들을 외면하지 않고 미제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죽음까지 각오하며 묵묵히 전진한 정의감 넘치는 인물이었다. 그런 마음씨에서 진한 인간미가 풍겼고, 죽음을 맞이했을 땐 시청자가 ‘이재한 살리기 운동’까지 벌이며 뜨겁게 응원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명량’ ‘암살’ ‘끝까지 간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등 중량감 넘치는 작품을 거치며 쌓아온 고유 이미지도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를 줬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분주히 오가며 매번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는 그를 믿지 않고 볼 시청자는 없었다.
‘시그널’을 잇는 ‘기억’은 가족과 사랑이란 보편적 주제를 다룬다. 시청자의 구미를 당기는 스릴러적 요소나 막장이 없는 오로지 연기력에 빛나는 작품이다. 진지하고 무거운 줄거리 탓에 전작처럼 떠들썩한 반응은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묶는 것은 드라마 ‘골든타임’ ‘미생’ 등으로 증명된 이성민의 연기다. 기억상실 증상이 본격화되고 태석 앞에 높여진 시련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때 등장하는 이성민의 절규는 절정의 연기력을 증명하는 타임이다. 알츠하이머 진단 이후 “이건 너무 하잖아”라며 소리쳐댄 대목이 그러했다. 눈빛, 말투 등에서 고스란히 묻어 나오는 울분과 혼란스러움은 감정 열연이 가능한 그이기에 제대로 표현될 수 있었다.
박신양이 드라마‘싸인’이후 5년 만에 골라낸 컴백작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KBS 월화극의 거듭된 부진으로 우려를 받기도 했으나 그의 명품 연기가 숨통을 틔웠다. 경쟁작 ‘대박’을 턱 밑에서 추격하며 동시간대 1위의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검사에서 노숙자, 다시 변호사로 겉모습을 바꾸는 조들호의 인물 설정은 1, 2회 동안 빠르게 이루어졌는데 코믹, 멜로, 장르물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며 갈고 닦은 고퀄리티의 연기가 시청자들의 입맛을 고르게 만족시켰다. 몸을 사리지 않는 거지 연기로 큰 웃음을, 피고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한 사이다 변론은 속 시원한 감동을 안겼다. 그의 연기 클래스는 역시나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